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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구 프론티어] 신종식 교수팀, 인공 효소를 이용한 아민의 키랄 전환 성공
작성일
2024.01.23
작성자
생명공학과
게시글 내용

신종식 교수팀, 인공 효소를 이용한 아민의 키랄 전환 성공

광학 활성 아민의 키랄 전환 바이오 공정 개발 및 인공 효소 설계

광학 활성 아민 의약품 100% 분할 생산을 위한 돌파구 마련


[사진 1. (왼쪽부터) 장영호 연구원(제2저자), 신종식 교수(교신저자), 한상우 박사(제1저자), 장지수 연구원(제4저자)]


생명시스템대학 생명공학과 신종식 교수 연구팀은 아민 전달 효소의 공회전 사이클에서 광학 활성 아민의 키랄 전환이 일어날 수 있음을 발견하고 그 작동 원리를 수학적으로 규명했다. 또한 연구진은 단백질 재설계를 통해 공회전 사이클을 리프로그래밍해 다양한 광학 활성 아민에 대해 키랄 전환 활성을 갖는 인공 효소의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가장 대표적인 광학 활성 아민 의약품은 머크사의 자누비아(당뇨병 치료제)로 연간 판매액이 1.5조 원에 달하며, 이 밖에도 시알리스(발기 치료제), 타미플루(독감 치료제), 졸로프트(우울증 치료제) 등이 대표적인 광학 활성 아민 의약품이다. 또한 현재 개발 중인 신약의 40% 이상이 광학 활성 아민으로 알려져 있다.


고가의 의약품에 사용되는 광학 활성 아민의 환경친화적 바이오 생산 기술 개발은 전 세계 제약회사의 뜨거운 관심 분야 중 하나이다. 가장 대표적인 생산 공정은 효소를 이용한 광학 분할이지만 수율 50%의 한계로 인해 순수한 L 또는 D형 광학이성질체(optically active isomer)를 각각 50%의 L/D 혼합물로 전환하는 반응인 ‘화학적 라세믹화’를 위한 추가 공정이 필요한 실정이다. 100% 분할 공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아민의 L과 D형 광학이성질체 간의 전환인 ‘키랄 전환’을 수행하는 효소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자연계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신종식 교수 연구팀은 아민 전달 효소의 반응을 연구하던 중 공회전 사이클에서 아민의 키랄 전환이 진행됨을 우연히 발견했다. 일반적으로 효소는 L 또는 D-이성질체 중 하나의 형태에만 특이적으로 활성을 갖는데, 이러한 발견은 정밀한 키랄 특이성을 갖는 효소의 기존 상식을 깨는 것이었다.


[그림 1. 광학 활성 아민의 키랄 전환. 대표적 광학 활성 아민인 ‘α-메틸벤질아민’의 키랄 전환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 효소는 다양한 광학 활성 아민의 L과 D-이성질체 간의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L과 D-아민은 화학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서로 거울상 구조이기에 공간상에서 겹쳐지지 않는다.]


연구진은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키랄 특이성의 미세한 실수가 반복되면서 L과 D-이성질체 간의 키랄 전환이 진행됨을 밝혔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아민 전이 효소는 극히 제한적인 화합물에만 키랄 전환 활성을 보였다. 따라서 연구진은 단백질 3차 구조 재설계를 통해 가상 돌연변이체를 제작함으로써 다양한 광학 활성 아민에 대해 활성을 갖는 키랄 전환 인공 효소의 개발에 성공했다. 


[그림 2. 키랄 전환 인공 효소의 구조. 단백질 구조 분석 및 도킹 시뮬레이션을 통해 변이체의 활성을 예측할 수 있다.]


신종식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효소를 이용한 의약품 생산 기술에 취약한 국내 제약 업계에서 수율 100%의 아민 광학 분할 원천 기술을 확보할 기회가 된다.”며, “향후 광학 활성 아민의 바이오 생산 공정을 상업화하는 국내 제약 회사가 꼭 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논문의 제1저자인 한상우 박사는 우리 실험실에서 학위를 마치고 현재 건국대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지원사업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성과는 최고 권위 국제 학술지 중 하나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1월 2일 온라인 게재됐다.


논문정보

● 논문제목: Reprogramming biocatalytic futile cycles through computational engineering of stereochemical promiscuity to create an amine racemase

● 논문주소: https://doi.org/10.1038/s41467-023-44218-7


용어설명
● 키랄 전환(chiral inversion): L과 D형 광학이성질체 간의 전환. 분자는 탄소에 결합한 네 개의 그룹이 모두 다를 경우 편광에 대해 반대의 광학적 성질을 보이는 L 및 D형 광학이성질체가 존재한다. 모든 생명체는 단일 광학이성질체만을 선택해 진화해 왔으며 이는 생물학의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 중 하나이다. 예를 들어 단백질과 탄수화물은 각각 L-아미노산과 D-슈가로만 이뤄져 있다. 

● 아민 전달 효소(transaminase): 아민계 화합물의 대사 과정에 핵심적인 효소로, 아미노산과 케토산 간에 아민 그룹을 전달한다.

● 공회전 사이클(futile cycle): 대사 과정에서 다단계 반응을 거쳐 다시 처음 상태로 돌아오는 반응 사이클. 비유하자면 자동차의 공회전과 같이 무언가 일은 하지만 겉보기에 변화가 없는 상태이다.